Deck Shoes
"갑판 위에서 결코 버둥대는 일이 없도록"
1960년대 미국 북동부의 아이비리거는 오늘날 남성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일등 공신이다. 그들이 즐겨 입은 네이비 블레이저, 버튼다운 옥스포드 셔츠, 치노팬츠, 스웨트 셔츠와 같은 패션 아이템들을 비롯해 롱윙 블러쳐 슈즈, 페니로퍼, 컨버스의 스니커즈, 데크 슈즈와 같은 슈즈들은 오늘의 클래식 범주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본격적인 멋내기에 돌입한 청춘들 사이에서 특정 아이템의 유행이 시작되면 물건은 본래의 용도에서 탈선을 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데크 슈즈를 들 수 있다.
데크 슈즈의 탄생 스토리는 유명하다. 1935년부터 시작된 최초의 데크 슈즈, 스페리 탑사이더의 역사는 추운 겨울 코네티켓 주, 창시자 폴 스페리 집 근처에서 시작되었다. 폴 스페리는 그의 코카스파니엘 강아지인 프린스와 산책 중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빙판을 조심이 걸어가고 있는 그와는 달리 프린스는 자세를 잃지 않고 우아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프린스의 발을 관찰한 결과, 여기저기에 스크래치와 흠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곧바로 폴 스페리는 한 가지 실험에 돌입했다. 생고무 아웃솔에 프린스의 발과 같이 칼집을 내어 금속판에 테스트를 해 본 결과 그는 놀라운 접지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2차 실험으로 스니커의 아웃솔을 제거하고 자신이 만든 아웃솔을 접착해보기도 했다. 물에 젖은 보트 위에서도 이 테스틑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스페리 탑-사이더(Sperry Top-Sider)라는 최초의 데크 슈즈는 이렇게 탄생했고, 1939년 미 해군의 공식 군화로 승인을 받았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스페리의 아이디어 덕분에 갑판 위에서 특히 애용되었던 이 신발을, 1960년대 아이비리그의 학생들은 캐주얼 신발로 착용하기 시작하더니 점차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고, 결국 나이를 불문한 남성의 섬머 캐주얼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했다.
단지 추즉에 불과하지만 당시 남성들은 페니로퍼와 컨버스 스니커즈의 미들급으로 캐주얼하면서도 맨발에 신을 수 있는, 스포티한 신발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스페리의 데크 슈즈가 그들의 욕구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던 것이 아닐까. 여름이 오면, 미국 전역의 대학생 중 대부분이 페니로퍼, 스니커즈 혹은 데크 슈즈를 신고 거리를 활보했을 것이다.
1960년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남성들에게 섬머 슈즈는 그 선택의 폭이 넓다. 각종 스포츠 브랜드의 하이테크 스니커즈, 이탈리아에서 비롯된 드라이빙 슈즈, 코르크 솔의 슬리퍼, 가죽 샌들, 고무로 만든 비치 샌들, 에스파드류 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크 슈즈를 대신할 수 있는 신발은 없다. 그만큼 어지간해서 공존하기 힘든 우아함과 경쾌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신발이다. 게다가 비가 오는 길에도 실용적이다. 이 모든 이유로 여름이 오면 많은 남자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데크 슈즈를 신고 자유를 만끽한다. 폴 스페리의 발명품은 이번 여름 시즌에도 건재하다.
* 본 내용은 la Finestra 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osted by unip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