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남성 복식이 대부분 그 기원을 영국에 두고 있듯, 구두 역시 그 기원이 영국에 있다. 현대 남성 복식에서 가장 기본으로 통하는 구두가 옥스포드 슈즈를 중심으로 한 레이스업 단화인데, 남성 복식에서 단화가 기본 아이템이 된 것은 백 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1837년에서 1901년까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했던 시대까지만 해도, 사실 남자는 단화 형태의 구두를 신지 않았다. 그 당시까지 단화는 여성들의 전유물이었고, 남성들은 낮에는 부츠를, 저녁에는 코트슬리퍼, 또는 오페라 펌프스라 불리우는(발등이 드러나는 발렛슈즈같은 형태) 신발을 포멀한 용도에 맞추어 신었다. 당시에는 주요 이동 수단이 말이었기 때문에, 무릎길이의 승마용 부츠를 신었고, 끈을 묶는 형태의 드레스 부츠를 일상생활에서 신었다. 현대의 옥스포드 슈즈가 등장한 것은 그 이후인 1910년 경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800년대에 영국에서 유행했던 옥소니안이라 불리우는 발목 높이의 레이스업 부츠에서 변형된 것으로, 사실 현재 우리가 신는 대부분의 신발의 기원은 부츠라 할 수 있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의 신발 제조 업체의 카탈로그를 보면 대부분의 스타일이 레이스업 부츠이고, 1900년대 초반의 사진 자료들을 보더라도, 남자들은 수트에 레이스업 부츠를 신는 것이 보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남성화 브랜드들의 회사 이름에 “shoe maker”가 아니라 “boot maker”라는 부제가 들어가는 이유도, 그 회사들이 설립되었던 1800년대에는 부츠가 기본적인 형태의 남성화였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라 할 수 있다.
자동차가 개발되고, 복식이 간소화됨에 따라, 이제는 부츠보다는 슈즈가 일반적인 남성들의 신발이 되었다. 부츠는 이제는 역사 속에서 그 기능적인 면들이 부각되어 개발된 형태에 따라 용도에 맞게 신겨지거나, 특정한 룩을 위해 신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군화를 예로 들 수 있고, 승마용 부츠, 카우보이 부츠, 사냥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컨트리 부츠, 광부나 벌목 등 노동자들을 위한 부츠, 등산을 위한 등산용 부츠에 이르기까지. 사실 슈즈가 일반적으로 신겨지지 않았던 19세기의 남자들처럼,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일상 생활에서 부츠를 신을 이유는 전혀 없다. 더구나 실내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문화인 우리나라의 경우, 부츠를 신는다는 것은 기능적이든 패션이든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가 없을 경우에는 끈을 묶고 풀기 귀찮은 신발일 뿐일 것이다.
하지만 부츠는 슈즈가 있기 전부터 남성들이 신어온 형태의
신발이다. 부츠는 발목을 단단하게 지지해 주기 때문에 장기간의 보행에도 좋다. 메이킹에 따라, 더 두터운 아웃솔,
또는 고무 아웃솔이나 스톰웰트(갑피와 밑창을 연결하여 꿰맬 때 쓰이는 웰트를 갑피 위로
올라오게 한 형태로 비나 눈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기능이 있다)같은 구조를 추가한 부츠들은, 악천후나 좀 더 터프한 용도에도 끄덕없기 때문에, 짧은 아웃도어
활동이나 눈 비가 오는 도시에서도 발을 든든하게 보호해 준다. 무엇보다 끈을 발목까지 단단하게 조여서
자신의 발목에 꼭 맞게 길들인 부츠를 신는 희열은, 분명 옥스포드 슈즈를 공들여 닦아서 신는 그 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Edward Green Galway
패셔너블하게 부츠를 신는다면, 에드워드 그린의 갤웨이가 아주 좋은 옵션이다. 본래는 컨트리 부츠로, 아웃도어 용도의 부츠이나, 다른 옵션을 적용하여 드레스 용도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드레스슈즈에 사용하는 대표 라스트인 82라스트를
사용하여 날렵한 인상을 주고, 에드워드 그린만의 폴리싱으로 완성된 “미드나잇
블루”가 오묘한 색감을 낸다.

Carmina 80229
카르미나가 만든 부츠는 카르미나의 본래 느낌 그대로 아주 수려하다. 아웃솔이 두껍지 않아 드레스 슈즈 대용으로 아주 적합하다. Rain 라는 라스트를 사용하여, 드레스 슈즈가 주는 세련된 느낌을 준다. 사진의 스웨이드 이외에, 다크 브라운 스웨이드를 고를 수도 있다.

Alden 45140
알든의 주특기인 넘버8 컬러의
코도반에, 알든의 대표 라스트인 배리 라스트로 만들어진 플레인 토 부츠. 알든이야말로 부츠메이킹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독보적인 특기를 가진 브랜드이니 만큼, 알든의 부츠들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여러 베스트셀러
모델들이 있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부츠는 전형적인 밀리터리 부츠의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아주 미국적인
느낌의 부츠이다.

Paraboot Imbattable
프랑스군을 위해 개발된 군용 부츠이다. 원래는 일반 판매되지 않던 모델이었으나, 파라부트 100주년을 기념하여 복각되었다. 원래 용도가 군화이니만큼, 아주 터프한 사용에도 너끈히 견딜 수 있는 사양으로 제작되었다. 물에
강한 “리스레더”를 3mm두께로
두껍게 재단하여 라이닝 없이 제작되었으며, 파라부트의 전매특허인 고무밑창에 노르베젼 제법으로 만들어져
왠만한 악천후와 험한 지형에서도 발을 편하게 지지해준다.

Tricker's Malton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영국의 최고령 메이커
트리커스의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인 컨트리 부츠이다. 컨트리 사이드에서 신는 아웃도어 용도가 원래
탄생 배경이다. 두터운 더블 레더솔과 c-shade라고 불리우는
트리커즈만의 튼튼한 가죽, 스톰웰트 사양, 그리고 큼지막하게
뚫린 브로깅 장식은 다른 브랜드가 흉내낼 수 없는 트리커즈만의 캐릭터이다. 처음 신을 때는 딱딱하지만
점차 발에 길들여지면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애용자가 많은 신발이기도 하다.

Crockett & Jones Coniston
영국의 구두 메이커인 크로켓 앤 존스는 수려한 라스트의 드레스 슈즈로 매우 유명하지만, 영국 신사의 컨트리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부츠도 좋은 제품이 많은데, 코니스톤이라 불리우는 이 모델은 특히 유명하다. 그레인 가죽을 사용하여 상처가 잘 눈에 띄지 않고, 더블레더솔과 스톰웰트 제법을 적용하여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

* 본 내용은 La Finestra 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osted by unipai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