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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e in Style, 멋과 맛 Episode 4. 스탠딩바 전기

2023년 05월 19일




 

Episode 4.

"스탠딩바 전기"


오늘도 늘 그렇듯 평소처럼 멋있게 차려입고 맛을 찾아 떠난 곳은 을지로입니다. 이번 목적지는 을지로3가역 인근 골목 안쪽에 위치한 스탠딩바 전기입니다. 요즘은 스탠딩으로만 운영하는 공간을 틈틈이 찾아볼 수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 의자가 없는 곳에서 뭔가를 먹고 마시는 경험이 낯설던 2019년 처음 문을 연 스탠딩바입니다.



2층 문을 힘껏 열고 들어가면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노란빛의 어둑한 조명이 깔려있는 공간이 드러납니다. 예스러운 70~90년대 한국과 일본의 가요로 구성된 알찬 음악이 흥겹게 반겨줘요.



음식을 맛보기 전 입맛을 돋우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주문합니다.



출근 후에 커피로 일하는 스위치를 켰다면, 지금 한 모금 맥주로 그 스위치를 끄는 기분이에요.



같은 종류의 사시미는 서너점까지가 가장 맛있다는 사장님의 취향을 반영한 듯 메뉴는 아담한 접시에 담아 안주 삼기 좋은 만큼의 양이 나와요.


첫 안주들은 지방이 적고 산미가 옅게 스치는 마구로 등살 사시미, 통영산 붕장어를 고소하고 바삭하게 튀겨낸 아나고 카츠, 22Kg 짜리 피문어를 부드럽게 삶은 뒤 얇게 저며 산뜻하게 초된장을 얹어 낸 문어 스미소무침입니다.



모든 안주들은 그 역할에 충실하게 술과 곁들여 먹기 좋은 간과 맛입니다. 아나고 카츠는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우스터소스의 왕, 헤르메스 소스를 함께 내어줍니다. 재료 하나하나에 진심이 담긴 구성이네요.



안주들을 일행들과 한입씩 나눴더니 접시는 금세 비어가고, 다른 메뉴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아질 때쯤 메뉴판을 봤더니 1잔 1메뉴 규칙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메뉴와 술은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게 전략적으로 주문해야겠어요.



사장님의 폭넓은 취향이 느껴지는 주류 라인업 중에서 고심 끝에 고구마 쇼츄 세키토바(赤兎馬) 한 병과 몇 가지 안주를 더 주문했습니다. 먼저 나온 메뉴는 곤약과 소 곱창을 된장양념으로 자작하게 조려 비스킷이 곁들여 나오는 일본식 곱창 조림입니다. 개성이 강한 재료들인데도 서로 시너지가 좋아서 각자 가진 풍미가 배가되는 맛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맛에 놀란 눈. 올라가는 엄지.



주문하면 20분 정도 구워 나오는 명란을 품은 청어 구이입니다. 살이 부족한 배 부분을 명란으로 가득 채울 상상을 한 사장님에게 감사하네요. 청어 구이를 조금씩 떼어먹으며 소주를 홀짝이다 보면 술뿐만이 아니라 선술집의 매력에도 함께 취하는 것 같습니다.



늘 새로운 재료와 요리를 선보이며 자주 바뀌는 전기의 메뉴판 속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시그니처 메뉴 삼란소면입니다.


일본의 나가사키 옆에 있는 시마바라에서 꼬았다 푸는 작업을 반복하며 늘려 만든 소면에 명란, 어란, 수란까지 3가지 알과 고명을 얹어 만든 국수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방식으로 만든 면은 얇지만 강한 탄력이 있어서 식감과 맛이 훌륭합니다.



큼직한 돼지고기&닭고기 반죽 츠쿠네에 달처럼 올라간 노른자를 풀어먹는 달구경 츠쿠네. 잘 구워져 달큼한 파와 담백한 참치가 번갈아 꽂힌 네기마, 그리고 잘게 다진 고기가 섞인 감칠맛 나는 된장을 피망에 얹어 마요네즈를 찍어 먹는 니쿠미소 피망을 끝으로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공간에 대한 소개를 위한 방문이다 보니 메뉴판 속 거의 모든 음식을 주문했지만, 전기는 퇴근길에 들러 술 한 잔에 안주 하나 시켜서 가볍게 마시고 떠나는 간단한 술자리에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가끔은 파티를 하거나, 오뎅바로 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살아 숨 쉬는 가게에요.



앤더슨 앤 셰퍼드의 차분한 다크 네이비 컬러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에 트란퀼 하우스 셔츠를 입고, 드레익스 타이를 맸습니다. 신발은 에드워드 그린 Arlington 탑드로워(1)를 신었습니다. 정교한 브로그 장식이 있어 은은하게 멋부리기 좋은 신발입니다. 포켓 스퀘어는 시모노 고다의 것을 정갈하게 스퀘어 폴드로 접어 주머니에 꽂았습니다.


스탠딩바 전기 | 서울 중구 수표로 42-19


착장 정보

Suit | Tranquil House

Shirts | Tranquil House

Tie | Polo Ralph Lauren

Pocket Square | Simonnot Godard

Shoes | Edward Green 'Ashby' Top Dra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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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탑 드로워(Top Drawer) : 더 이상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에드워드 그린이 운영하는 최고의 제작 구두 라인입니다. 별도로 구성된 탑 드로워 팀 장인들이 최고의 재료만 사용하는 에드워드 그린에서도 엄선된 가죽과 재료로 제작합니다. 탑 드로워에 적용되는 베벨드 웨이스트 디테일은 오직 수작업으로만 가능한 과정으로, 구두의 허리라인이 더 날렵하고 세련돼 보입니다. 실제 착화하는 동안에도 발 아치 부분이 더 높게 느껴져 구두가 발을 받쳐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기존 라스트를 기반으로 사이즈를 조정할 수 있어, 기성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에 비해 간소화된 과정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구두를 만들 수 있는 에드워드 그린의 옵션입니다.